한국영양학회는 1967년 설립된 이래 지속적인 학술 및 연구 활동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최신의 과학적 영양 정보 전달을 위한 학술지 발간 및 정기적 학술대회 개최는 물론 전문가 역량 강화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영양지수 및 식생활 지침 마련, 영양 정책 및 공공 보건 프로그램 개발 등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국내의 영양학 발전은 물론 1969년 IUNS (국제영양과학연맹) 가입, 1971년 FANS (아시아영양학회연합) 가입에 이어 1989년에는 제14차 세계영양학회 학술대회를 서울에서 성공리에 개최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루어 국제 무대에서의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는 모두 영양학의 발전을 위해 연구와 교육, 사회봉사 영역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하신 학회 회원님들의 노력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진 무한 경쟁의 글로벌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는 물론, 문화 및 학술 교류 면에서도 지구촌 인류는 촘촘히 연결되어 있으며 국제 영양 문제도 예외는 아닙니다. 국제 영양은 전 세계적으로 영양 상태와 관련된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하기 위해 다루는 학문 분야로서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발생하는 영양 결핍과 과영양 문제, 전 세계적으로 모든 사람이 충분한 양질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식량 안보 문제, 문화적 사회적 요인을 고려하여 다양한 국가에서 더 건강한 식생활을 장려하는 식생활 개선 문제, 그리고 국제기구와 정부가 건강한 식생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것을 돕는 영양 정책에 관한 과제를 다룹니다. 그동안 국제 영양의 발전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영양 결핍의 감소, 식량 안보의 향상, 영양 교육과 인식개선 프로그램 확대 등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국가 간의 큰 격차, 기후변화와 전쟁 등으로 인한 기아 인구 증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2023년 기준 GDP 약 1.8조 달러로 세계 주요 경제국 중 하나이며 글로벌 혁신 지수에서도 세계 5위 안팎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경제 포럼 (WEF)이나 글로벌 혁신 지수 (Global Innovation Index)에서도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으며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스마트폰 사용률을 비롯해 IT 인프라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제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예산은 2023년 기준 약 30억 달러 수준으로 세계 주요 공여국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나며, 더구나 ODA 사업 가운데 영양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미미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산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 지원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수원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맞춤형 프로젝트 개발 및 실행이 매우 중요하며 대한민국 영양전문가 그룹의 체계적이고 활성화된 국제적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영양전문가로서 국제 영양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지역 맞춤형 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현지 연구자와 긴밀히 협력하여 지역사회의 영양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함으로써 영양교육 및 인식개선에 이바지합니다. 둘째, 글로벌 영양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여 글로벌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연구 혁신에 이바지합니다. 셋째, 대한민국의 첨단 기술과 연구 역량을 활용하여 유통과 보급이 용이한 지역형 영양 보충 식품을 개발하여 영양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넷째, 국제기구나 정부와 협력하여 영양 정책을 개발하고 자문을 제공합니다.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영양 정책 사례를 활용하여 다른 나라들이 효과적인 영양 정책을 수립하도록 돕고 국제적인 표준을 설정하는 데 기여합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공공 건강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여 영양 문제를 해결합니다. 대한민국 내에서 효과적인 공공 건강 캠페인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캠페인을 디자인하고 실행하여 더 넓은 글로벌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우리는 국제 무대의 연구자들과 상호 협력을 통해 우리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합니다.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한 지구상 유일한 국가라는 위상에 걸맞게 좀 더 헌신적이고 포괄적인 눈으로 포용과 상생의 연구와 지역사회 기여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우리 후배 연구자들을 더 높은 통찰력과 책임감 있는 선진 학자들의 반열에 올려놓을 것입니다. 이를 통하여 서로가 협력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한층 더 성숙한 자세로 국제화 시대를 선도할 품격 있는 글로벌 리더로서 인류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2025년 8월 24일에서 2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 예정인 제23차 세계영양학 학술대회 (IUNS-ICN 2025,
https://www.icn2025.org)에서 한국영양학회 회원님들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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